This is soft place, between days

[독후감] 데미안 - 헤르만 헤세 2탄 본문

배움의 길목/철학and독서

[독후감] 데미안 - 헤르만 헤세 2탄

honeymung 2025. 5. 20. 16:22
2. 인상 깊었던 문장 또는 장면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게.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었다면 스스로 타조가 되려고 해서는 안 돼. 자넨 이따금 자신을 괴짜라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그런 짓은 말아야 해. 불꽃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올려다보게. 예감들이 나타나면, 영혼 안에서 목소리가 말을 시작하면 그 소리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 자네가 언젠가 흠 없이 정상적인 사람이 되면 이 신은 자네 곁을 떠날 거야. 
  • 나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남들보다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자연이 나를 그저 포메라니안으로 만들었는데 나 스스로를 너무 과대하게 생각해서 사자가 되려고 하진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책에서는 누군가가 말을 건낸다고 표현했지만) 그 말에 집중하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함은 그저 주어진 일에 아무런 생각 없이 묵묵히 하는 사람들, 사색하지 않는 자들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 이따금씩 보험회사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의 자만일지도 모르겠지만), 왜 생산직이나 단순 업무하는 곳에서 고학력자를 일부러 뽑지 않으려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물론 고학력자가 아닌 사람이 사색을 안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단순히 고학력자들에게는 본인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걸맞는 사회적 명성, 월급에 대한 기 때문도 있겠지만. 다만,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구조나 본질을 파고들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루틴하게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의문이 생기고, 회의감이 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보험회사에 들어갔는데 왜 나만 이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보면 항상 집단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그것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인간이 역겹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죽여선 안 되잖아요. 그가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 그렇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자체로 분명한 의미가 있는 발상들을 쫓아버리거나 그것을 놓고 이리저리 도덕적으로 저울질해서 해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지 말고 뛰어난 생각이 담긴 잔을 마시면서 제물의 신비 의식을 생각할 수도 있다네.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충동들과 이른바 유혹들을 존경과 사랑으로 대할 수도 있다네. 그러면 그런 충동들과 유혹들이 그 의미를 드러내지. ... 자네 안에서 그런 공상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프락사스라는 걸! .. 우리가 어떤 인간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 속에서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거지.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않는 법이니까.
  •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저주하는 것. 인간이라면 이런 마음은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듯 싶다. 굳이 착하게 살지 말고, 그 마음 또한 나임을 인정하라는 말인 것 같아 위로된다. 단지, 그것을 행동으로 보이기 전에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를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 보라는 것 아닐까. 결국, 내가 스스로 어떤 한 모습을 싫어했는데 그 모습을 한 어떤 누군가가 나타나, 나는 그에게 투영하여 싫은 마음이 드러난다는 것.  
  • 나는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본인이 지레짐작하여 단순한 공감적인 리액션 받는 걸 싫어한다. 데미안으로 빗대어 보면 그 사람의 반응 방식이 싫은 것이 나의 내면에서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지함, 집중, 깊이에 상처가 났기 때문인가보다. '진지하게 반응받고 싶은 적이 많았던 걸까?, 언제부터 이런 가벼운 반응을 싫어하게 되었지?' 생각해보면 내가 그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밝은 아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냥 마냥 즐겁고 밝게 리액션했던 나. 그때의 내가 싫어 노력하며 지금의 내가 되었는데 상대방에게 그런 모습이 보이면 내 모습이 투영되어 싫은가보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그건 한 번 익히면 자신을 통제하게 해주는 거야. 불사의 존재가 되고 마법도 부릴 수가 있어. 넌 그런 연습 한 번도 안 해봤어? .. 예를 들어 나는 잠들고 싶거나 집중하고 싶을 때면 이런 연습을 해. 무언가를, 이를테면 어떤 낱말이나 이름 아니면 기하학 도형을 생각하지. 그걸 온 힘을 다해 생각해서 내 안으로 밀어넣는 거야. .. 그렇게 계속하다보면 나는 그것으로 가득 채워지게 돼. 그럼 난 아주 확고해져서 그 무엇도 나의 평화를 깨뜨리지 못하게 되는 거야. 
  • 꿈은 무의식의 형상이라 했던가. 어떤 과학자는 화학 기호를 꿈속에서 본 뱀꼬리를 튼 형상을 보고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뇌과학 아닐까. 잠 들기 전, 눈을 감으면 여러가지가 보이곤 한다. 도깨비도 보였다가 옛날 선조의 모습을 한 여자, 남자도 나오기도 했다가 이상한 문양들 등등. 예전에는 이런 것들로 인해 두려움, 무서움이 증폭되어 잠 들기 어려웠는데 데미안을 읽은 뒤로는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이따금 생각해본다. 헤르만 헤세가 융의 제자에게 심리 상담 받으며 쓴 책이라서인지 뭔가 공감대도 형성되며 재미있게 술술 익힌다.

 

.. 이상하게도 내 안에서 어떤 실마리를 풀어야 할 때면 꼭 그가 기묘하고도 어리석은 질문들을 가져오곤 했다. 그래서 그의 변덕스러운 발상과 관심들은 내게 키워드가 되거나 해결의 원동력이 되곤 했다. .. 내가 그에게 준 것이 그에게서 두 배가 되어 내게로 왔음을, 그도 역시 내게 길을 안내하는 사람, 또는 길 자체임을 느꼈다. 그가 내게 가져오는 정신 나간 책들과 문헌들, 거기서 그는 치유책을 찾았는데 그런 책들은 내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 데미안이 크나우어와의 만남을 이렇게 설명했는데 이따금씩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상대방에게 이야기한 것이 상대방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어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부분까지도 내게 말해주는 것. 그래서 나는 지루하든, 지루하지 않든 상대방의 대화에서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 지금 만나는 이 모든 인연들이 내게 어떤 길을 안내할지도 기대된다. 

 

나는 문학작품을 쓰거나 설교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로지 곁다리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 뿐이다. ... 정말이지 자기 운명 이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자들을 옆에 두지 않아. 그는 온전히 홀로 서고, 자기 주변에 차가운 세계공간만을 두지. 
  •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부분은 너무 어렵다. 존재론적으로 봤을 때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깨닫게 해주는 걸 좋아해, 이런 소명을 가지고 태어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로 가는 것이 소명이라니. 나 자신을 알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 왜 자기 운명 이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은 굳이 주변에 차가운 세계공간만을 두어야 하는지. 공자, 부처, 예수 등을 빗대어 봤을 때,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지만 결국 깨달음의 깊이는 혼자 고통이 있을 때, 외로울 때 깊어진다는 건가.

 

내가 수강하는 철학사 강의는 거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태도만큼이나 실체가 없고 무슨 공장제품 같았다. 모두들 틀에 박힌 듯이 똑같이 행동했다. 소년 같은 얼굴들 위에 나타난 들뜬 즐거움은 마음 아프게도 공허하고 기성품처럼 보였다
  • 성인이 되었음에도 부모님이 정해준 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곤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청 대단한 생각을 하고 그들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나 스스로 내 인생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훨씬 더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달까. 나 자신의 특별함을 찾는 게 사실 낙이면서 내 자존감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두려워서 함께 모여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악의에 가득차 있어. 아무도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지. 그들 모두가 이제 더는 이상이 아닌 이상들에 매달리면서 누군가 새로운 이상을 내놓기만 하면 그를 돌로 쳐죽이지. 대립들이 있다는 게 느껴져. 그 대립들이 올 거야. .. 물론 그런 것들이 세계를 '개선'하진 못해. 노동자들이 공장주를 때려 죽이거나 러시아와 독일이 서로 총을 쏜다 해도 그냥 소유주만 바뀌고 말거야. .. 그건 오늘날의 이상들이 가치가 없음을 보여줄 거다. 지금 이 세계는 죽을 거야, 무너질 거라고. .. 우리 중 살아남은 자들 주변으로 미래의 의지가 모여들겠지. 인류의 의지가 드러나겠지. 
  • 딱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이 아닐까. 서로 이념과 대립으로 뭉쳐 반대파를 숙청하는 것. 언젠간 수면 위로 드러나 다시 무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큰 일을 겪고 나면 80년대 군인들의 눈이 총명했던 것처럼, 국민의 의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 간의 비난과 헐뜯음이 아니라 인정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극복 의지 아닐까. 

 

3. 책을 통해 느낀 점

 

에바부인과의 키스를 마지막으로 끝이 나는데 이는 어떤 걸 의미할까. 챗쥐피티에게 물어보니 자기 통합의 상징이란다. 키스를 받는 순간, 자기 안의 혼란과 분열을 뛰어넘어, 자기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감정. 

 

청소년, 대학생들의 필수도서인 데미안을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읽었는데 

어렸을 적에 읽었더라면 이정도의 통찰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냥 데미안은 그저 싱클레어의 인생에서 잊을만하면 나타나 올바른 길을 안내해주는 안내자 역할이구나 정도이지 않았을까. 

 

꿈 속의 영적임, 무의식 속 세계의 위대함, 자신에게로의 집중이 

싱클레어의 어렸을 적부터 군인이 되어 에바부인과 데미안을 만나기까지의 일대기 속에 녹아들어가있는데

철학적인 요소와 함께 생생한 묘사적인 글로 나타나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과연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

 

'배움의 길목 > 철학and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후감] 데미안 - 헤르만 헤세 1탄  (5)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