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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눌러 담다(일기)/사이의 순간들

세상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honeymung 2025. 4. 16. 15:22

 

1. 편한 사이 

 

 

  한때 쌍둥이라 불리며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우리. 나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똑똑한 친구라 항상 마음 속으로 응원하던 친구이다. 마냥 즐거웠던 우리. 인생에서 각자 중요한 고충과 고민들을 해결해가며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맨날 연락하고, 맨날 만나는 사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번 만나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잘 들어주는 혜찌 덕분이겠지. 

 

  편한 사이가 되려면 몇가지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먼저, 처한 상황과 가치관이 비슷해야 한다. 한때 결혼에 부정적이었던 나는 결혼주의자와 이야기하면 한계에 부딪혔다. 아직도 기억난다. '승미야, 아기 낳아보니까 알겠더라. 강아지 키우는 거랑 완전 달라.' 이 말을 들었을 때 '아니, 강아지도 내새끼인데? 왜 함부로 얘기하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결혼에 부정적인 나를 위해 존중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계를 잘 이어나갔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연애, 결혼 이야기는 항상 '왜 저렇게 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불편했다.

 

  아이를 낳아야겠다 생각이 드니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 혜찌에게 처음으로 결혼에 대한 고민거리를 꺼냈는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원래도 함께 만나면 매번 즐겁고 행복했지만, 이 때 이후로 나는 혜찌에게 더 편한 감정을 느꼈다. 같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자랑처럼 들릴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항상 말을 조심하곤 했는데 혜찌 앞에서는 서슴없이 편하게 얘기한다. 

 

  두번째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에 대해 존중하는 사이여야 한다. 내가 어떠한 말을 하든지간에 혜찌는 따로 곡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그리고 다른 조언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혜찌에게 함부로 단언해서 말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서로의 얘기를 흥미롭게 듣고 재미있게, 편하게 말할 수 있다. 결혼에 부정적이었던 내가, 이제 혜찌에게 '결혼하면 새로운 역할이 생기고, 새로운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겨서 좋아'라고 말했다. 정답이 없기에 더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들이다.

 

 

2. 각자의 고민

성수에서 혜찌와 먹은 샤브샤브

 

  역시 결혼 전의 가장 큰 고민과 걱정거리는 집이다. 누구나 아파트에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서울 집 값이 말도 안돼. 누구는 지금 집 사야한다, 누구는 다 거품이니까 곧 빠진다, 사지 말아라. IMF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이라는 지금, 나중에 제 2의 외환위기가 나게되면 그 집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현금을 일단 모아야겠다고 생각이 들다가, 그럼에도 서울 아파트 집값은 안떨어진다는 말에 지금 무리해서라도 사놔야하나 생각이 든다.

 

  혜찌도 이제 곧 동거할 예정인데 집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만나게 된게, 혜찌한테 청약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으려고 만난거였는데 내 얘기만 하다가 집에 간 것 같다 ^_ㅠ. 어쨋든 둘만의 공간, 하루 중 가장 함께 오래 있는 곳이 집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돈이 충분하면 이런 걱정 안하겠지만, 또 집이 한두푼이 아니니까. 아직도 어떤 선택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둘의 문제는 둘의 대화로 해결해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경제에 어떤 선택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이다.

  

3. 그럼에도 너무 축하해

@서울숲 봉땅

 

  혜찌한테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너는 진짜 멋진 친구야. 그래서 너는 진짜 결혼 잘 했으면 좋겠어. 너가 다 아까워.' 자연스럽게 혜찌 연애사를 들었는데 '혜찌, 너 결혼하겠다' 말했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혜찌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헤어지기 전,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우리의 만남은 가족끼리 만나려나. 혜찌 아이들, 내 아이들, 함께 다니며 또 어떤 이벤트들이 생길지 너무 기대된다. 남편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올 때 어색하다는 혜찌의 말과 함께, 혜찌도 이제 유부의 길로 들어서면서 또 어떤 이야기거리가 생길지. 인생이란 한치 앞을 모르는 것.